월스트리트 저널이 정보를 보여주는 방법

월스트리트 저널이 정보를 보여주는 방법

By  | 2011/04/02
 
 

서로 경쟁관계에 있는 A, B, C, D 4개사의 시장점유율을 파이 차트로 구성한다고 해보자. 나같으면 아마 위의 그림과 같이 쓱쓱 그려낼 것이다. 내 나름대로의 기준으로 이 차트는 단순, 최적화되었다. 그러나 월스트리트저널(The Wall Street Journal)의 인포그래픽 담당자이자 지난 20여년간 정보를 시각화하여 독자들에게 전달해 온 Dona M. Wong의 관점에서는 적어도 세가지 개선포인트를 지적할 것이다.

그녀가 맨 먼저 지적할 사항은 가장 많은 비율을 차지한 A를 시계의 12시를 기준으로하여 오른쪽에 배치하도록 할 것이고 그 다음으로 많은 비율을 가진 B를 12시를 기준으로 왼쪽에 배치한다음, 3,4순위를 시계 반대방향의 순서대로 배치하라 조언할 것이다. 배치를 바꾸고 보니 미묘한 차이지만 웬지 신문에서 본 익숙한 구도를 보는 듯 눈이 편하다.

Wong은 차트의 색상도 바꾸라고 조언할 것이다. 나를 비롯해 대다수가 파이 차트를 그릴때 파이의 갯수에 비례해 색상을 주려는 강박관념을 가지고 있는데 Wong은 그럴 필요가 없다고 말한다. 그 파이가 특별하다는 것을 보여줄 때 외에는 말이다.

위 차트가 말하고자 하는 바는 명확하다. ‘점유율 60%를 차지한 A’인 것이다. 만약 A까지 B,C,D와 똑같은 색이었다면 차트는 ‘OO산업의 시장점유율’이란 타이틀을 갖게 될 것이고 B에만 색상이 달리 쓰였다면 ‘주목할만한 다크호스 B’쯤으로 타이틀이 붙어도 될 것이다. 색상이 말을 하고 있는 것이다 !

Wong의 지적은 여기에서 그치지 않는다. 그녀는 거의 모든 챠트의 정보를 표시하는 문자는 검은색 등으로 단일화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조금 더 강조하려면 그제서야 볼드체를 사용할 뿐, 정보를 표시하는 색상은 배경색에 반전된 흰색이 정보전체의 가독성을 떨어뜨린다고 한다.

최종적으로 그녀의 조언에 따라 차트가 완성되었다. 챠트의 글자색은 모두 검정이며 A,B만 볼드체가 적용되었다. 차트가 최종적으로 말하는 바는 이렇다. ‘점유율 60%를 차지한 A, 그에 도전하는 B’ 라는 의미이다. 처음 내가 만들었던 차트와 비교해보라. 현란함에서 첫번째 차트가 나아보일 수는 있으나 마지막 차트는 의미를 한결 명확하게 전달한다는 느낌이다.

파이 차트를 그리는 대원칙은 다음과 같다. 12시 시계방향을 중심으로 오른쪽에 가장 큰 파이를 위치시킨다. 나머지 2,3,4위 파이들은 시계 반대방향으로 늘어놓는다. 파이가 4개를 넘어갈 경우 나머지를 모두 ‘기타’로 하나의 파이에 몰아 크기에 관계없이 네번째 파이의 자리에 놓는다.

Wong이 쓴 ‘The Wall Street Journal : Guide to Information Graphics’를 읽어가면서 나는 얼굴이 화끈 거리기 시작했다. 평소 스스로를 중급자 이상이라 여기던 펜싱선수가 진정한 고수를 만나 10초도 안되는 시간에 예리한 칼날로 수십번을 찔리는 경험을 한 기분이었다. 페이지마다  Wong이 구체적이고도 적나라하게 지적하는 수많은 원칙들은 지금까지 주먹구구식으로 차트를 작성해온 내 실수를 낱낱이 집어내고 있었다. (정말 한 페이지마다 몇 개씩 되새겨야 할 포인트들이 있었다 !)

이 책의 저자 Dona M. Wong은 1990년대초부터 NewYork Times와 Sunday Business를 거쳐 현재의 Wall Street Journal에 이르기까지 20여년간을 파이낸셜 부문에 특화된 인포메이션 그래픽 전문가로 활동해 왔다. 월스트리트저널에서 우리가 무심코 보아넘겼던 그 간단한 차트와 숫자들은 모두 그녀의 손을 거치면서 정교한 원칙에 따라 작성되었던 것이다. 그녀는 이 책을 통해 정보를 그림과 표, 차트로 보여주는 방법과 원칙에 대해 해야할 것과 하지말야할 것들을 인포그래픽 전문가답게 150여 페이지에 명료하게 담아냈다.

이 책에서 말하는 인상적인 팁 몇 가지를 더 소개한다.

위는 같은 12란 숫자를 그래픽으로 나타냈지만 오른쪽이 왼쪽보다 더 가독성이 좋다.  왼쪽의 그림이 더 깔끔해 보이긴 하지만 4라는 숫자 단위보다 5나 10이 더 자연스럽고 쉽게 계산되기 때문이다.

이번에도 역시 왼쪽보다는 오른쪽이 가독성이 더 낫다. 왼쪽 그림은 일반 주택과 대저택을 비교해 놓은 것으로 오해될 수 있기 때문이다. 똑같은 일반 주택끼리 비교할 경우 좌우폭은 그대로 유지한 채 그림과 같이 아래부분만 늘여서 표시하는 것이 맞다.

차트나 그래픽에 문자열을 배치할 때 볼드체, 이탤릭,  볼드+이탤릭,(영문의 경우) 모두 대문자인 경우 ,짙은 배경의 흰색문자 순서로 가독성이 저하된다. 또한 차트를 그릴 때 간혹 계열이름을 좁은 공간에 적어넣기 위해 문자열을 회전하여 촘촘하게 배치할 때가 있는데 회전하면 할 수록 가독성이 떨어진다. 차라리 문자열을 그대로 놔두고 막대그래프를 세로형에서 가로형으로 바꾸는 것이 낫다.

작년과 올해 6개회사의 매출액을 비교해 놓은 막대차트를 보자. 작성자는 작년대비 B의 괄목할만한 시장점유율 성장을 강조하고 싶었지만 언뜻보면 여전히 A가 선두를 유지한채  나머지 5개사가 순위변동 없이 각축전을 벌이는 것으로 보여지기 쉽다. 그에 반해 아래의 파이차트는 단번에 B의 성장이 가시적으로 드러남을 알 수 있다. 파이의 모양, 넓이변화,컬러는 대부분의 독자에게 똑같은 메시지를 신속하고 정확하게 전달하는데 일조했다.

이 책에 나온 몇 가지 사례를 소개하기 위해 차트를 똑같이 따라서 그렸다고 생각했는데 그리고나서 비교해보니 책과는 느낌이 너무 달랐다. 틀린그림 찾기를 하듯 두 그림을 자세히 비교해보니 책에 나온 그림은 파이 외부의 B $20, C $18, Other $30의 세개 문자열이 정확하게 왼쪽으로 정렬되어 있는 것과 문자열간의 간격, 심지어는 파이를 가리키는 선까지 모두 가지런하게 한쪽으로 정렬되어 있는 것을 발견했다. Wong은 문자나 선의 정렬에 대해 책에서 언급하지는 않았는데 책 전체에 소개된 차트예제를 모두 살펴보니 모두 같은 방법으로 정렬되어 있는 것을 보고 혀를 내둘렀다.  독자들의 내용파악에 티끌만큼이라도 도움이 된다면 어떠한 추가적 수고도 마다하지 않는 Wong의 프로정신에 절로 고개가 숙여진다.

인포그래픽은 한마디로 ‘쉬운 이해’를 돕기위한 도식적인 방법으로 프레젠테이션에 관심이 있는 기획자에겐 개척해야 할 분야 중 하나이다. 그러나 인포그래픽의 모든 세부 분야가 프레젠테이션과 높은 싱크로율을 유지한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예를 들어 위와 같이 특정 프로세스 전체를 한눈에 도식화한 그림은 분명 쉬운 이해를 돕고있지만 이 그림 전체를 슬라이드에 담아 1~2분이내에 완전히 설명하기엔 여전히 복잡하다. 인포그래픽이 프레젠테이션과 높은 싱크로율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쉬운 이해’말고도 ‘빠른 이해’라는 속성까지 가져야 할 듯하다.

그런데 이 책은 그 두 가지 속성을 모두 지닌 싱크로율 99%의 순도 높은 프레젠테이션 참고서이다.기업에서 숫자를 주로 다루는 샐러리맨은 물론 학생, 교육자, 심지어는 의사나 변호사까지도 차트와 숫자를 피해 보고서나 프레젠테이션을 만들 수는 없다.청중에게 도식화된 숫자의 의미를 제대로 전달하고자 노력하는 사람에게 이 책은 바이블과도 같다.  난 이 책을 모두 읽고난 순간부터 내가 만들어내는 모든 차트에 Wong이 제시한 원칙을 적용하기로 결정했다. (★★★★★)

책 정보 : (The Wall Street Journal)Guide to Information Graphics -The Dos and Don’ts of Presenting Data, Facts, and Figures, Dona M. Wong, 2010, Norton, 29.95$,157p

P.S – 아뿔사…알고보니  Wong은 예일대를 다닐때 Edward Tufte를 스승으로 모셨군요. 이거 요다를 스승으로 모신 루크 스카이워커를 보는듯 합니다. 그 스승에 제자로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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