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nC코오롱의 빅데이터 실험..패션에 ‘과학’ 입혀 ‘대박’ 꿈꿔

FnC코오롱의 빅데이터 실험..패션에 ‘과학’ 입혀 ‘대박’ 꿈꿔이코노미조선|김윤현 기자입력 14.03.05 11:37 (수정 14.03.05 1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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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산업계에 빅데이터(Big Data) 열풍이 거세다. 2012년 세계경제포럼(일명 다보스포럼)에서는 빅데이터를 새로운 ‘경제적 자산’으로 규정한 바 있다. 그 후 빅데이터의 활용가치에 주목하는 기업들도 크게 늘어났다. 코오롱인더스트리 FnC부문(이하 FnC코오롱)은 국내 패션업계에서 빅데이터를 선구적으로 활용하기 시작한 기업으로 손꼽힌다. FnC코오롱의 ‘빅데이터 실험’을 들여다본다.

빅데이터는 말 그대로 큰 규모의 데이터를 뜻한다. 디지털혁명 이후 컴퓨터, 인터넷,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을 통해 생산되는 디지털데이터가 천문학적 규모로 축적되면서 ‘일반적인 데이터베이스 소프트웨어로는 저장·관리·분석하기 어려울 정도로 큰 규모의 데이터(컨설팅업체 맥킨지의 정의)’가 생겨난 것이다.

사실 빅데이터는 그 자체로는 데이터 규모가 거대하다는 것을 의미할 뿐이다. 빅데이터의 실질적인 가치는 데이터 분석 및 활용을 얼마나 잘하느냐 하는 데서 비롯되는 것이다. 구슬이 서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는 뜻이다.

FnC코오롱의 빅데이터 실험은 2012년 처음 닻을 올렸다. 그 해 1월 박동문 코오롱인더스트리 대표는 FnC코오롱의 각 팀별 새해 사업계획 보고를 받는 자리에서 빅데이터를 화두로 던졌다. 당시 박 대표가 던진 메시지는 대략 다음과 같은 내용이다. “지금은 저성장 시대다. 게다가 패션산업은 공급과잉 시장이다. 우리도 많은 브랜드를 보유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빅데이터를 활용해 좋은 비즈니스 구조를 만들어낼 수 있는 방안을 연구해보자.”

그 얼마 뒤 박 대표는 전략기획팀에 특명을 내렸다. 빅데이터를 FnC코오롱의 비즈니스에 적용할 수 있는 밑그림을 그리는 태스크포스(TF)팀을 구성하라는 것이었다. 5개 부서에 걸쳐 10명 정도가 팀원으로 선발됐다.

하상호 FnC코오롱 전략마케팅본부 빅데이터팀장의 말이다. “처음 TF팀원들이 모여 회의를 하는데 ‘빅데이터가 도대체 뭐야’, ‘이거 또 (지나가는) 트렌드 아냐’ 하는 분위기가 많았죠. 어쨌든 빅데이터에 대한 학습부터 시작해 6개월에 걸쳐 빅데이터 활용 청사진을 만들어 보고했죠. 그랬더니 대표께서 ‘이건 아냐’ 하면서 혼을 내시는 겁니다. 팀원들은 다들 ‘멘붕’에 빠졌죠. 한 달간의 말미를 얻어 다시 그림을 그려 보고했더니 그제서야 대표가 고개를 끄덕이시더군요.”

– FnC코오롱 빅데이터팀 팀원들이 빔프로젝터로 투사한 데이터 분석자료를 보면서 회의를 갖고 있다.

국내 패션업계 최초로 빅데이터 전담조직 출범

박동문 대표의 강한 드라이브 덕분에 FnC코오롱의 빅데이터 도입은 빠르게 진전됐다. 2013년 1월에는 빅데이터 업무 유관부서인 데이터마케팅팀과 이비즈팀을 통합해 ‘빅데이터팀’이 신설됐다. 아예 빅데이터를 내건 전담조직이 있어야 업무 추진력이 생긴다는 박 대표의 뜻이었다. 국내 패션업계에서 빅데이터 업무를 담당하는 공식 조직을 처음 출범시킨 게 바로 FnC코오롱이다.

최고경영자(CEO)의 리더십은 어떤 기업에게든 사업의 성패를 가르는 핵심요소로 작용한다. 선장이 배의 키를 어디로 돌리느냐에 따라 항로는 물론 선원들의 운명이 결정되는 이치와 같다. 그런 면에서 FnC코오롱의 빅데이터 시도는 박동문 대표의 리더십이 주도적인 견인차 역할을 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하상호 팀장은 “빅데이터는 최소 5~10년 정도 멀리 내다보고 해야 한다, 1~2년 안에 성급하게 성과를 내려고 하다 보면 단추가 잘못 끼워질 수 있다, 우리 패션사업의 체질을 바꿀 수 있도록 장기적 시각에서 접근하라는 게 CEO의 주문이었다”고 말했다.

출범 초기 빅데이터팀은 전인미답의 길을 가다 보니 많은 난관에 부닥칠 수밖에 없었다. 우선 기존 빅데이터 활용사례들을 광범위하게 살펴봤지만 패션기업 중에는 딱히 벤치마킹할 만한 경우를 찾을 수가 없었다. 글로벌 정보기술(IT) 솔루션업체나 컨설팅업체도 숱하게 노크했지만 원하는 답을 얻지 못했다.

빅데이터팀은 원점에서 재검토를 시작했다. 패션산업의 문제와 니즈가 과연 무엇인지부터 꼼꼼하게 따져봤다. 패션업체는 통상 제품기획-디자인-생산-매장공급-판매의 5단계 사이클에 따라 움직인다. 이 사이클은 보통 1년 주기다. 첫 단추인 제품기획은 실제 출시 시점보다 1년 앞서 이뤄진다. 즉 1년 뒤를 미리 내다보고 어떤 제품을 팔 것인지를 결정한다는 뜻이다. 물론 1년 뒤를 예측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패션업계에서는 주로 제품기획 전문가의 경험과 직관에 의존해 제품개발 및 생산물량 결정을 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근본적인 문제점을 안고 있는 게 사실이다. 하상호 팀장의 말이다.

“단적으로 ‘옷장사’의 가장 큰 취약점은 물건을 더 팔 수 있는데 생산이 따라주지 못하거나, 반대로 너무 많이 생산하는 바람에 재고가 남는 경우가 많다는 겁니다. 통상적으로 패션업계에서는 어떤 품목의 판매율이 60%만 돼도 ‘선방’했다고 봅니다. 80%대면 아주 훌륭한 성과를 낸 거고요. 우리 빅데이터팀은 제품기획부터 판매에 이르는 전체 비즈니스 사이클의 모든 단계마다 빅데이터를 활용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해내는 것을 목표로 내걸었죠. 지금까지 전문가의 경험과 직관에 의한 의사결정을 했다면 이제부터는 과학적인 의사결정을 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겁니다.”

지난 겨울 국내 패션업체 상당수는 쓴잔을 들이켜는 경험을 했다. 기상청의 장기예보를 토대로 다운점퍼를 전년 대비 2배 가량 늘려 생산했다가 낭패를 당한 것이다. 2012년 겨울은 강추위가 수시로 찾아왔고 오래 지속됐다. 그 덕분에 다운점퍼가 불티나게 팔려나갔다. 그러다 보니 패션업체들은 2013년 겨울도 한파가 올 것이라는 예보를 믿고 다운점퍼를 대거 준비했다. 하지만 막상 날씨가 예상만큼 춥지 않으면서 대량의 재고가 발생한 데다 울며 겨자 먹기로 가격인하까지 해야 하는 곤혹스런 상황에 처하게 된 것이다.

날씨는 패션산업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최대 변수다. 하지만 1년 뒤를 내다봐야 하는 패션산업 특성상 부정확한 날씨정보는 오히려 부메랑으로 돌아오기 십상이다. 그래서 FnC코오롱 빅데이터팀은 날씨정보보다는 다른 정보에 눈길을 돌리는 게 낫다고 판단했다.

빅데이터팀은 지난 1년간 여러 가지 시도를 했다. 좌충우돌과 시행착오도 적지 않았다. 하지만 그런 과정에서 의미 있는 결론을 얻어내기도 했다. 하 팀장은 “시장 흐름이나 고객 구매패턴 등의 ‘패턴’과 어떤 변수 간의 ‘상관관계’를 기준으로 데이터를 분석해야 활용가치가 있는 단서가 나온다는 게 나름대로 도출한 결론”이라고 말했다.

그는 빅데이터팀이 시도한 실제적인 사례를 하나 들었다. FnC코오롱의 주력 브랜드인 코오롱스포츠 웹사이트에는 하루 평균 2만여명의 고객이 방문한다. 이 방문객들은 웹사이트 곳곳을 돌아다니며 상품정보를 살펴본다. 빅데이터팀은 방문객의 웹사이트 이용정보에 주목했다. 특히 상품정보 클릭 데이터와 실제 상품 판매량 사이에 어떤 상관관계가 있는지를 살펴봤다. 그랬더니 통계학적으로 매우 높은 상관관계가 발견됐다. 즉 웹사이트 상에서 클릭 빈도가 높은 상품은 평균 5~7일의 시차를 두고 실제 매장에서 많이 판매되는 것으로 나타난 것이다.

이 결과를 토대로 빅데이터팀은 각 브랜드 담당부서에 ‘단기 판매예측 정보’를 제공하기 시작했다. 웹사이트 로그분석(Log Analysis: 웹사이트 방문객의 이용 행태를 분석하는 것)을 바탕으로 판매 증가가 예상되는 상위 50개 품목 리스트를 1주일마다 제공해 담당부서가 추가 생산이나 판매 준비에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빅데이터팀은 ‘판매량 예측 시뮬레이션’ 프로그램도 개발했다. 어떤 상품이 한 시즌(보통 의류제품은 5개월 정도 매장에서 판매된다) 동안 얼마나 팔릴 것인지를 예측하는 프로그램이다. 패션기업에게 판매량 예측의 정확성은 수익으로 직결되는 핵심요인이다. 판매량만 제대로 예측할 수 있다면 매출은 늘리고 손실은 피할 수 있기 때문이다.

– FnC코오롱 빅데이터팀은 판매량 예측 시뮬레이션 프로그램을 통해 지난해 다운점퍼 신상품 판매량을 95% 이상 적중률로 맞히는 성과를 냈다. FnC코오롱은 지난해 출시된 코오롱스포츠 다운점퍼 신상품의 모델로 배우 장동건을 기용했다.

– FnC코오롱이 운영 중인 코오롱스포츠의 한 매장 모습.

다운점퍼 판매량 예측 적중률 95% 넘는 성과

지난해 9월 빅데이터팀은 이 시뮬레이션 프로그램을 돌려 FnC코오롱의 다운점퍼 신상품에 대한 판매량 예측을 한 바 있다. 그리고 5개월 가량이 지나 실제 판매량과 비교해봤더니 예측 적중률은 95%를 넘었다. 실제 판매량은 예상 판매량을 조금 상회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상호 팀장의 설명이다.

“패션업체가 핵심적인 의사결정을 할 때 개인의 경험이나 직관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고 회사가 보유한 데이터 분석을 활용하는 비중을 늘려야 하는 필요성을 입증한 사례라고 판단합니다. 빅데이터 분석 및 활용을 통해 패션업체가 의사결정의 과학화·시스템화를 이룰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제시했다는 게 중요한 메시지죠.”

요즘 빅데이터팀은 또 다른 실험에 나서고 있다. 데이터베이스화되지 않은 오프라인·아날로그 정보를 빅데이터 분석 대상 정보로 전환해 활용하려는 시도다. FnC코오롱은 전국에 걸쳐 1500여개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이 매장들은 사실 날마다 방대한 정보를 생산하고 있다. 어떤 고객들이 방문하고, 그 고객들은 어떤 제품에 관심을 나타내느냐 하는 정보가 핵심이다. 예를 들어 방문 고객의 숫자·성별·연령대와 그들이 흥미를 보인 제품의 품목·디자인·컬러 등이 분석 대상 정보들이다.

현재 빅데이터팀은 25개 매장에 안면인식 기술을 적용한 방문 고객 정보수집 시스템을 설치한 상태다. 이 시스템은 방문 고객의 성별과 대략적인 연령대를 데이터화하는 기능을 갖췄다. 하지만 개인정보 보호 차원에서 영상정보는 저장하지 않는다고 한다. 여기서 축적된 데이터는 매장별 마케팅 전략 수립의 중요한 단서를 제공해줄 것이라는 기대다.

“빅데이터 분석에는 물론 통계학적 지식이나 데이터를 파악하는 능력이 필수적이죠. 하지만 회사의 목표와 연관이 있고 시너지를 낼 수 있는 데이터를 개발하는 것은 굉장히 큰 상상력을 필요로 합니다. 그래서 빅데이터 분석가들은 인문학적 소양과 세상을 읽는 통찰력을 키우기 위한 공부도 많이 해야 합니다.”

– 하상호 FnC코오롱 빅데이터팀 팀장은 ‘패턴’과 ‘상관관계’를 기준으로 데이터를 분석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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