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패드 도입한 이화여대, “수업이 달라졌어요”

아이패드 도입한 이화여대, “수업이 달라졌어요”

 | 2013.10.24

나이가 좀 있는 독자라면 ‘공부에 쓰겠다’며 부모님을 졸라 PC나 전자사전 같은 제품을 구입해본 경험이 있을 게다. 모든 IT 기기가 그렇지만 잘 쓰면 디지털 교육으로 연결지을 수 있을 것 같다. 하지만 그 노력은 대체로 교과서나 참고서를 컴퓨터로 옮기는 선에서 끝났다. 게다가 모니터는 아무리 좋아져도 종이만큼의 가독성은 없다. 교과서를 대체하려는 노력은 대부분 수포로 돌아갔다.

태블릿, 특히 아이패드가 나오면서 교육 시장은 다시금 디지털 교육에 눈독을 들이기 시작했다. 교과서를 대체하려는 시도는 여전히 있지만 이제 교육 시장은 터치스크린으로 관심을 돌렸다. 교육의 보조도구로 쓰겠다는 것이다. 실제 교육 현장에서 어떻게 쓰일까.

이화여대 교수학습개발원의 천윤필 이러닝 팀장은 자리에 앉자마자 아이패드를 꺼내들고 회의실 프로젝터에 에어플레이로 소개 화면을 띄웠다. 수업에서 아이패드가 쓰이는 출발은 역시 화면을 공유하는 것이다.

이화여대는 태블릿을 수업에 적극적으로 쓰기 시작했다. 천윤필 팀장은 오래 전부터 교육에 디지털 기기를 접목하려는 시도를 해 왔다고 입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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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윤필 팀장은 “아이패드를 활용한 수업에 대해 교수님들의 반응이 아주 뜨겁다”고 말했다.

“윈도우CE나 팜 같은 PDA부터 다양한 시도를 생각해 왔지만 실질적으로 네트워크나 앱 등 인프라가 없어서 현장에 적용할 수가 없었습니다. 그러던 차에 2009년 아이폰3GS를 써보면서 뭔가 할 수 있겠다는 가능성을 엿봤습니다. 앱도 많았고 네트워크는 기본이었지요. 다만 화면이 작아서 수업 시간에 활용하기는 쉽지 않았습니다. 대신 학사 관리 앱을 만들어서 배포했습니다.”

본격적인 도입은 2010년 아이패드 출시부터였다. 아이패드는 2010년 초에 발표됐지만 국내에는 11월에 나왔다. 이때 제품을 구입해 교수들이 수업에 활용할 방법을 찾았다. 활용 의지가 있는 교수 10명이 함께 머리를 맞대 2011년 2학기부터 실제 강의에 아이패드2를 활용하기 시작했다. 수업이 좋아졌다는 반응이 나왔고 교수들 사이에서도 입소문을 타기 시작했다.

“2012년 1학기를 준비하면서 더 많은 교수님들이 강의에 활용하도록 신청을 받았습니다. 수업에 어떻게 활용할지에 대한 기획서를 받았는데, 170분의 교수님들이 신청했습니다. 그 다음학기에는 400분이, 올 1학기에는 200분이 신청해서 현재 약 800분의 교수님들이 수천개의 강의에 활용하고 계십니다.”

이대 전체 교수가 1천명인데 그 중 800명이 쓰고 있을 정도면 거의 모든 강의에 적용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또한 전체 강의실 300곳 중 297개에 에어플레이로 화면을 전송할 수 있는 환경이 꾸려져 있다. 매일 수천개의 강의가 아이패드로 일어나고 있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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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패드와 10달러짜리 앱 하나로 스마트 강의실이 꾸려졌다. 기존 시스템을 그대로 쓸 수 있는 것이 가장 큰 강점이란다.

어려움은 없었을까. 일단 가장 큰 고민은 프로젝터로 아이패드의 화면을 전송하는 것이었다. 처음에는 애플TV를 이용해서 빔프로젝터에 연결하려고 했다. 하지만 기존 강의실의 프로젝터에는 HDMI나 DVI 출력이 어려웠다. RGB 컨버터가 필요했다. 교탁에는 영상 전환 셀렉터를 만들어야 했는데 그러면 강의실 한 곳 당 약 100만원의 비용이 들어갔다. 방법은 ‘리플렉터’라는 프로그램으로 해결했다.

“리플렉터는 PC에 설치하는 앱이기 때문에 앱만 구매하면 됐습니다. 애플TV에 비해서 훨씬 저렴했고 효과는 거의 같았습니다. 여러대의 애플 기기를 한 화면에 연결해서 보여줄 수도 있고, PC 응용프로그램이니 PC에서 강의록을 띄워놓고 전환하는 것도 간단했습니다. 쉽다는 얘기지요. 학교 입장에서도 PC를 이용하니 비디오 셀렉터 등 기존 장비를 손댈 일도 없이 간단히 해결됐습니다.”

그럼 아이패드를 수업에 어떻게 활용할까. 얘기를 나누는 동안 좀 더 전문적이고 복잡하게 쓰는 것을 생각했는데, 의외로 교수들 사이에서는 아이패드를 아주 쉽게 쓰기 시작했다고 한다.

가장 기가 막힌 것은 출석 체크다. 수업을 시작하면 곧바로 교단에서 아이패드 카메라로 사진을 찍는다. 빈 자리만 보면 누가 수업에 빠졌는지 단번에 알 수 있기 때문에 굳이 강의 시간을 쪼개 출석을 부를 필요가 없다. 페이스타임도 수업에 쓴다. 한 교육학과의 교수는 강의 후 현장에 있는 교사들과 페이스타임으로 연결해 즉석 원격 강사를 초빙하는 방법을 썼다. 해외와도 연결할 수 있다. 기존에 이런 것들을 하려면 수천만원짜리 장비가 필요했지만, 이화여대는 아이패드 한 대씩 나눠주는 것으로 가볍게 해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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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업 시간에 발표할 학생을 고를 때 난수 발생기를 활용한다거나, 발표 시간에 타이머 앱을 쓰는 등 거창한 방법이 아니라 아주 간단하되 재미있는 방법들이 실제 강의실에서 많이 쓰이고 있다.

교수학습개발원은 아직 IT 기기에 거부감을 갖고 있는 교수들에게 정기적으로 교육도 한다. 기본적으로 아이패드를 디스플레이에 연결하고, 학사 정보에 접근하는 방법들부터 아이클라우드 사용법, 앱스토어 활용방법 그리고 수업에 쓰면 좋은 앱들을 소개한다. 그런데 이 자리가 어느 순간 교수들끼리 정보를 나누는 자리로 변하고 있단다.

“학기 중에도 계속 정기적으로 교수님들과 간담회를 했습니다. 이 자리에서 교수님들끼리 수업에 아이패드를 활용하는 방법에 대해 아이디어를 나누었습니다. 좋은 앱이 있으면 소개하고, 학생들이 집중하는 사례 등에 대해 공유하기 시작하면서 점점 아이디어가 늘어나고 있습니다.”

몇 가지 이야기를 해보자. 일단 화면을 공유하는 스크린캐스팅이 많이 쓰인다. 니어팟 토크보드는 강의할 때 쓰는 화면을 공유할 수 있다. 학생들이 아이패드나 노트북, 안드로이드 태블릿으로도 접속할 수 있는데 일단 방을 만들고 강의록을 올려두면 수업에 참가한 학생들의 화면에도 똑같은 화면이 보인다. 화이트보드 기능도 있어서 강의와 함께 필기도 전송된다.

소크라티브도 재미있는 앱이다. 간단한 설문이나 퀴즈를 낼 수 있다. 문제를 내면 방에 접속한 학생들이 메시지로 답을 전송한다. 답의 내용에 따라 그래프가 실시간으로 그려지고 주관식 답안도 집계된다. 강의를 시작할 때 주제에 대해 주목도가 높아지는 효과가 있다고 한다.

물론 전문적인 앱도 활용한다. 익스플레인 에브리씽은 파워포인트로 판서하는 형식의 앱인데, 녹화 버튼이 있다. 이걸 누르면 화면과 함께 목소리가 저장된다. 강의록에 메모와 강의 내용이 함께 담기는 셈이다. 예전에 강의를 몰래 녹음하는 문화가 태블릿으로 발전하는 것이다. 이렇게 기록된 강의 내용은 유튜브나 아이튠즈U, 혹은 이대의 온라인 강의실인 셰어 캠퍼스에도 공개된다.

이 외에도 전공과목에 따라 해부학 강의앱, 역사학 같은 교육앱이 아이패드에는 많다. 아직 안드로이드를 쓰지 않는 이유는 화면 연결이 어렵다는 점도 있지만 교육 관련 앱이 아이패드에 비교해 부족하기 때문이다. 아이패드는 직접 앱을 개발하지 않아도 수업에 활용할 수 있는 앱이 많고 학습 자료도 풍부하기 때문에 활용할 방법이 많다고 한다. 심지어 음악 수업에는 가라지밴드를 띄워 10명이 동시에 연주하기도 했다.

“다음 단계로는 교수님들 뿐 아니라 학생들을 위한 서비스도 확장하려고 합니다. 학생들에게도 아이패드를 나눠줄 수는 없으니 기존에 갖고 있는 개별 기기를 학교에서 활용할 수 있도록 일종의 BYOD를 준비중입니다. 먼저 학교의 모든 교육 서비스들은 모바일에서 쓸 수 있고, 스크린캐스팅 앱도 클라이언트 기기를 가리지 않는 것으로 고르고 있습니다.”

천윤필 팀장은 ‘큰 돈 들이지 않고’, ‘기존 환경 그대로’, ‘언제든지 바꿀 수 있는 시스템’으로 아이패드를 통한 교육의 강점을 꼽았다. 강의 녹화 시스템도 이러닝이라는 이야기가 나오던 시절부터 고려됐지만 녹화장비나 인력에 대한 비용이 높았다. 하지만 스마트폰으로 녹화하고 아이패드로 기록하면 거의 공짜다. 화상회의 시스템이나 전자칠판 같은 것도 앱만 구입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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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패드를 수업에 활용하는 사례가 담긴 사례집도 직접 만들어 배포하고 있다. 현재는 1.5버전으로, 내년 2.0판을 내놓을 계획이다.

이화여대는 아이패드를 활용한 교육이 비교적 빨리 자리잡은 사례다. 2010년 현 김선욱 총장이 취임하면서부터 기술에 이해도가 높았고 학교 임직원 전체가 디지털 교육에 대한 의지가 있었다고 한다.

“총장님 스스로가 아이패드의 열혈 이용자입니다. 회의 시간에는 아무도 노트를 가져오지 않습니다. 대강당에서 학생들에게 연설할 때도 스크린캐스팅을 이용하고 학생들 사이에 들어가서 학생들과 같은 화면을 바라보며 이야기하기도 합니다. 자연스럽게 학교 전체가 새 기술에 대한 거부감이 사라졌습니다.”

총장 한 사람의 의지는 아니었겠지만 전통적인 교수법을 고집하지 않고 기술을 받아들여 발전시키는 과정 자체는 특히 보수적인 교육계에서는 어려운 결정이다.

이화여대는 이렇게 쌓은 노하우들을 외부에 공개하고 있다. 페이스북 페이지에 새로운 정보를 업데이트하고 원하는 이들에게는 PDF나 책자로 나눠주는 사업도 한다. 이화여대 외의 학교 관계자들도 아무런 문제 없이 이화여대에서 쌓은 노하우를 활용할 수 있다.

“다른 대학의 교수님들도 우리 사례를 이용해서 강의를 하고 거기에서 또 다른 사례가 나오면 우리에게도 다시금 도움이 될 것이라고 판단했습니다. 물론 행정처리나 강의실 환경, 교수법이 다르기 때문에 차이는 있겠지만 스마트러닝에 대한 관심에 비해 방법을 모르고 막막해 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언제든지 도움을 주고 경험을 공유할 준비가 돼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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