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한 그림 뒤에 숨겨진 섬뜩한 이야기들

 

 

혈흔이 낭자한 붉은 배경에 창백한 얼굴, 손에 가득 묻은 피에 세밀하게 표현된 광기어린 눈……. 여러분이 본 공포 혹은 스릴러 웹툰에서 봤던 장면들은 이러한 것들을 담고 있었을 거예요. 그런데 여기 단순하다 못해 귀엽기까지한 그림체로 섬뜩한 이야기를 그려내는 웹툰들이 있습니다. 꼬마비 작가의 죽음 3부작, 모래인간 작가의 <좀비를 위한 나라는 없다>, 문지현 작가의 <NoNameD>가 바로 그것인데요. 과연 도대체 어떤 웹툰이길래 단순한 그림체로 독자들의 뒷목을 서늘하게 할 수 있는지 그 매력을 파헤쳐보도록 하겠습니다.

 

 

◎ 꼬마비 작가의 죽음 3부작 <살인자ㅇ난감, S라인, 미결>

 

 2011년에 <살인자ㅇ난감>이라는 독특하고 무서운 제목으로 눈길을 끌며 웹툰계에 혜성처럼 등장한 작가가 있습니다. 그는 꼬마비/노마비라는 필명을 쓰며, 프롤로그의 기괴한 그림과는 달리 본격적인 진행에는 2등신의 귀여운 그림을 그렸는데요. 이 귀여운 캐릭터 ‘이탕’이 하는 일은 제목처럼 살인입니다. 하지만 이탕의 살인은 일련의 우연한 사건들로 계획적으로 은폐하려 하지 않아도 들키지 않는데다가, 알고 보면 피해자는 범죄자입니다. 이러한 이탕의 살인은 무엇이라고 정의해야할까요? 꼬마비작가는 이에 대해 독자에게 질문을 던지며 뛰어난 스토리텔링을 펼쳤습니다. 덕분에 <살인자ㅇ난감>은 2011년 대한민국 콘텐츠어워드 만화 신인상, 오늘의 우리만화상, 독자만화대상 심사위원상을 거머쥐었습니다. 지금은 영화화를 위해 준비 중이라고 하네요.

 

▲사진1 <살인자ㅇ난감>과 <S라인>

 

 꼬마비작가는 한 배우의 이름이 드라마 혹은 영화에서 각기 다른 것처럼, 만화가들도 필명을 바꿀 수 있다는 독특한 시각에서 꼬마비/노마비라는 필명을 꼬마비/앙마비로 바꾸며 <S라인>이라는 두 번째 만화를 내었습니다. <S라인>은 어느 날 갑자기 사람들의 머리 위로, 성적인 관계를 맺은 사람들끼리 연결된 붉은 선이 생기면서 벌어지는 일들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단지 선 하나가 머리 위로 생긴 것뿐인데, 사회는 그 이면을 스스로 송두리째 드러내고 마는 거죠. 꼬마비작가는 이에 대해 <살인자ㅇ난감>은 단상에 올라 한 이야기, <S라인>은 원탁에 둘러앉아 떠드는 이야기와 같다고 했습니다. 작가가 화두를 던지고 이런 저런 이야기를 풀어놓으면 독자들이 자신의 생각을 더하며 이야기를 완성시켜나가는 것이라고요.

 

▲사진3 <미결>

 

 그리고 꼬마비작가는 현재 ‘거울을 마주보고 하는 독백에 가까운 마지막 이야기’로 죽음3부작의 마지막, <미결>을 연재하고 있습니다. 대상까지 수상한 스타 만화가가 되면서, 바깥 세상에 자신을 드러내지 않고 담당 편집자하고만 교류를 하는 만화가 ‘1208’의 이야기인데요. 아직은 연재 초반이라 저로서는 제목이 왜 <미결>인지도 모르겠지만, 앞으로 어떤 이야기가 펼쳐질지 무척 기대가 됩니다.

 

 

◎ 모래인간의 <좀비를 위한 나라는 없다>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는 알지만 <좀비를 위한 나라는 없다>라니……? 네이버의 19금 웹툰 <좀비를 위한 나라는 없다>, 줄여서 <좀.나.없>은 제목부터 궁금증을 유발합니다. 어느 날 나타난 좀비는 세상을 발칵 뒤집어놨습니다. 그러던 중 희대의 영웅이자 천재인 최진수 박사가 발명한 백신으로 인해, 백신을 투여하기에 적합하다고 판단된 좀비들은 사람으로 돌아오게 됩니다. 사람을 뜯어 먹던 좀비일적의 기억을 그대로 가진 채로요. 세상은 백신이 개발되면서 좀비와 좀비를 사랑하는 사람, 좀비이지만 사람인 사람, 좀비가 판치는 세상도 하나의 게임에 불과한 사람, 좀비 사태에 대해 죄책감을 가지는 사람 등 모두 각자의 사정을 가진 사람들이 얽히고설키게 됩니다.

 

▲사진2 <좀비를 위한 나라는 없다>와 불에 탄 신분증들

 

 사실 <좀.나.없>은 좀비를 소재로 함에도 잔인하게 묘사된 장면 하나 나오지 않습니다. 보다 단순화된 그림체이기 때문에 여러 사람의 피부를 이어붙인 아이가 나와도 무섭지 않죠. 하지만 인물 개개인의 선택은 항상 사건을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흘러가게 해 웹툰을 보는 독자의 심장을 쫄깃하게 만듭니다. 이런 그림체로 웹툰을 보는 내내 긴장하게 만들어 몇몇 독자들은 모래인간 작가는 천재가 분명하다는 댓글을 남기기도 했죠. 각 에피소드의 끝마다 나와, 불에 탔거나 혹은 멀쩡한 모양새로 인물의 생사를 알려주는 ‘신분증’이 주는 스릴도 있습니다. ‘제발 이 신분증이 불에 타지 않았으면!’하고 손에 땀을 쥐게 되는 것이지요. <좀.나.없>은 얼마 전 에필로그까지 그 장대한 막을 내렸는데요. 처음부터 끝까지 보시면 아마 ‘좀비를 위한’ 나라는 없다는게 어떤 의미인지 조금은 와 닿으실 겁니다. 긴장되고 스릴 넘치는데다가, <좀.나.없> 특유의 스토리 진행방식이 주는 높은 몰입감에 앉은 자리에서 에필로그까지 보게 되실 지도.

 

 

◎ 문지현 작가의 <NoNameD>

 

 단기 기억상실증을 앓고 있는 주인공. 그는 자신도 모르는 곳에서 정신을 차리기 일쑤입니다. 어느 날 그는 엄마의 강요로 전교 석차가 전국 석차라는 명문고등학교에 기부입학을 하게 됩니다. 학교로 가던 중 주인공은 왠 낯선 터널 앞에서 문득 정신을 차리게 되고 한 여학생과 마주치게 되죠. 그런데 그 여학생은 성적비관으로 자살했던 중학교 동창생과 같은 얼굴에 같은 이름을 가졌습니다. 여학생의 도움으로 어찌어찌 학교에 무사히 도착하게 된 주인공. 그런데 이 학교, 이상할정도로 삭막하기 짝이 없습니다. 붉은 선으로 그어놓은 남녀분반. 각 반의 1등이 반장이 되는 시스템. 수업시간에 밖으로 나가도 누구도 나무라지 않는 학교. 명문고답게 공부에 열중한다고 하기엔 어쩐지 찝찝하고 이상한 느낌이 듭니다. 그러던 중 다른 특이증상을 겪고 있는 남학생을 만나게 되고 자신이 오기 전에 있던 기부입학생의 존재를 알게 됩니다. 알고 보니 그 기부입학생은 자신들이 겪는 증상은 병이 아니라고 주장했으며 이에 대해 조사하다 어느 날 실종되고 말았던 것이죠. 그 낯선 터널에서요. 주인공은 기부입학생의 책상에서 숨겨진 메모를 발견하게 됩니다. 31번 학생에게 주어지는 학번이었죠. 하지만 학교의 모든 반은 30명으로 31이라는 학번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사진3 <NoNameD>

 

 숨겨진 메모의 존재가 드러나면서 <NoNameD>는 본격적으로 흥미진진해지기 시작합니다. 31번 학생에 대해 조사하던 주인공은 자신이 기억을 잃은 동안 어떤 현상이 벌어진다는 것을 알게 되죠. 누군가의 목적에 의해서요. 과연 그 누군가의 정체는 무엇이며 도대체 왜 이런 일을 벌이는 것일까요? 그리고 사라진 기부입학생은 어디로 간 것일까요? 주인공의 기억 속의 지은과 고등학교의 지은은 과연 어떤 연관이 있을까요? 앞으로 펼쳐질 이야기에 대한 물음표는 꼬리에 꼬리를 물고 더욱 궁금하게 합니다. 학교라는 제한된 공간에서 풀어가는 미스터리는 우리에겐 너무 익숙한 곳이기에 더 스릴 넘치죠. 그리고 주인공을 쫓는 여자가 나타나면서 독자들은 더욱 긴장하게 됩니다. 그런데 이 여자, 단지 눈이 등잔만 하게 클 뿐 별다른 무서움을 줄 외적 요소라곤 하나도 없습니다. 단순한 생김새인데도 독자들은 보는 내내 등골이 오싹해지죠.

 

 그림체는 단순해도 뛰어난 스토리구성으로 그야말로 독자들을 흡입하는 이런 웹툰들은, 이젠 공포 웹툰 장르에서 한 축을 차지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요. 도대체 무서울 것 하나 없는 그림에서 뭐가 어떻게 섬뜩하다는 건지 궁금하시다면, 지금 당장 프롤로그부터 시작하는 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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